나는 보통 중립을 지키고 싶지만, 다소 말도 안 되는 사안에는 중립을 지키고 싶지 않다. LH사건과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내 생각이 특히 그러하다.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것은 정말 이기적인 생각이며, 반대한다.
경기도 지사인 이재명이 갑분 2월 17일 경기도 공공기관 3차 이전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명분은 북·동부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경기연구원,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농수산진흥원, 경기복지재단,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등 7개 기관의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역은 17개 시에서 공모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게 과연 바람직한 현상일까? 일단 공공기관 이전 발표에 대한 문제점은 상당히 많다.
첫 번째, 미리 협의되지 않은 문제. 발표 당시 공공기관 관련된 사람들과 경기도 의회 사람들 모두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재명의 최측근만 알고 있던 것과 깜짝 발표였던 것. 즉, 미리 협의되지 않은 사안으로 공공기관 직원들은 모두 당황스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GH와 신보는 수원 광교에 경기도청과 신축 사옥 착공을 앞두고 있는데, 갑자기 이러한 계획이 망가지게 된 것이다. 이에 기존 운영 중인 경기남부권역의 경우 지점(본부와 센터)은 존치해 남부권 도민의 행정서비스 접근에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며, 참고로 경기주택도시공사는 6개 사업단, 경기신용보증재단은 3개 본부, 25개 지점, 7출장소,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5개 센터가 있다며 살살 달래긴 했지만, 여전히 문제와 불만은 상당히 크다. 두 번째 이유부터 보게 되면 안다.
두 번째, 법적인 문제가 있다. 중앙부처 소관 공공기관이 이전할 때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해 기관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경기도는 이번 정책을 결정하기 전 의회와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었던 점에서 애초 지역균형발전 지원 조례 등에 따라 처리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기신용보증재단 정관 제3조에는 본점을 수원시에 두는 것으로 기재돼 있고, 정관을 변경하려면 지역신용보증재단법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고 있으며,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설립 및 운영 조례'에 따라 정관을 변경하려면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경기도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에 공공기관 노조는 권익위에 판단을 요청했다.
세 번째, 직원들의 강제 이주 문제가 있다. 도지사는 지역 발전을 위해 출퇴근은 의미가 없으며, 직원들은 이주하는 게 맞다고 하였다. 관사 및 통근 지원이 없다는 얘기다. 이미 여기에 터전을 두고 있는 사람들, 아이가 있거나 결혼을 한 사람들은 어쩌자고 이런 발언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부동산 문제가 안 그래도 큰데, 직원들의 가족들을 단체로 가지고 있는 집을 매매하면서 이주해라? 주택담보 대출과 자녀 교육은 어쩌자고 협의도 없이 혼자 발표를 하는가?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대선을 위한 표심 확보로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네 번째, 공공기관이 이전된다고 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보진 않는다. 합해서 1,000명이 넘는다지만, 각 기관 별 직원 수는 많아야 백 단위고, 지역별로 찢어지게 돼있다. 이 사람들이 간다고 해서 지역 경제 전체가 활성화된다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이는 이미 다른 이전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구, 진주 등 혁신도시에 대한 공공기관에 대한 공헌은 미미했으며, 이전하는 기관의 위치상 접근성에 대한 문제가 아주 많다. 첨부한 기사를 참고.
게다가 수익을 내는 곳이 아니면 지방세 효과도 없으며, 이전 지역은 아무것도 없는 부지에 만드는 상황인데, 특히 시장상권진흥원 같은 경우 양평 시내로 나가는 버스는 배차 간격이 4시간. 공공기관이지만,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이전 부지를 예정한 일자리재단도 마찬가지다.
다섯 번째, 계약직들의 문제가 있다. 시설관리직과 같은 특정 직무나 기간제와 같은 계약직. 특히 경과원은 소방방재 업무나 청소 등의 업무를 맡아온 관리팀들을 무기직으로 직접 고용했다. 이는 약 1년 전에 용역에서 직접 고용으로 바뀐 것인데, 공공기관 이전으로 이들은 걱정을 하게 됐다. 급여도 적고, 연금도 없다. 직원들의 이주는 이분들은 생업을 다 포기하고 가정 전체가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무기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은 250여 명 정도. 이사비를 지원한다 해도, 적은 급여에 이분들이 거주지를 옮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은 공공기관 이전을 강조하고 있다. 어떠한 협의 없이 말이다. 도지사에 임기는 내년까지이며, 그전에 공공기관은 이전되지 않는다. 임기가 끝난 이후에는 대선이 이루어진다. 이는 대권을 위한 북부 표심 확보로 보인다는 게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이전에도 이재명은 신천지 관련 장소를 폐쇄하는 등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밑어붙였으나, 결국 신천지 관계자들 및 이만희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쯤 이재명 지사는 지지율이 올라갔었다.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해결된게 없으나, 이미지만 챙겨간 꼴.
덕분에 이전 대상 공공기관 종사자에 대부분이 불안감을 호소하며 퇴직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이전에 대한 반대는 82.5%, 기관 이전에 대한 소통 부족은 78.68%, 전체 응답자의 75.6%가 기관이 이전하더라도 주거지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말했듯이 도지사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공공기관 이전이 완전히 이루어지는 데까지 도지사는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는다. 균형을 생각하는 명목의 좋은 이미지만 챙기고 갈 확률이 아주 높다. 게다가 도의회와 직원들과 협의도 없이 강경하게 밀어붙인다? 이게 정말 공정하다고 보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한 효과도 미미하다는 사례가 아주 많으며, 장관에 허가 조차 받지 않는, 법적인 문제도 있는 상황. 정치적으로 이미지만 챙기는 것 외에 객관적으로 이것이 무슨 효과가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이재명은 차기 대선 유력한 후보다. 이대로라면 좋은 이미지를 챙기고 9월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 장악력이 확보된다. 또한, 공공기관 이전 갈등이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직을 일찍 내려놓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에 의해 맘 놓고, 이미지만 챙긴 채 대선에 나갈 수가 있다. 최근 조석환 수원시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 광교1·2)은 "시의회 차원에서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과 함께 도지사 면담을 요청했는데 이 지사가 정중하게 거절한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얘기했다.
도대체 소통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왜 의견을 전혀 나눌 생각을 안하고 독자적으로 밑어붙이는가? 이에 경공 노총은 최근 법정 다툼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05.27 중간에 경공노총 조합에 법적 제재를 위한 신청은 기각이 되었다. 경공노총은 이를 예상했지만,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5월 27일 결국 7개 기관에 이전 지역이 발표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선언과 같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게다가 관사 제공 없이 주거지를 이동하라고 말한만큼, 관련 사항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분 이전이 발표된 것이다. 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이재명 지사 임기 내에는 이루어지기 힘들다.(임기 22년 6월이며, 대선 출마시 이보다 더 빨리 지사직을 그만둘 수 있으며 향후 대통령이 된다면 이전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재명 지사도 이전 결정은 모든 절차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일로, 법·조례상 할 수 없다면 이전을 강제할 수 없다면서 이전의 실질적 권한이 도지사에게 없다는 점을 밝혔다. 이 지사의 말처럼 경기도 발표는 지역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는 선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지가 확고하며, 차기 유력한 대선 주자로서 북부의 표심을 모으기 위해 임기까지는 강경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발표 직후 상당수 직원들이 이직을 고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추진했던 공공기관 이전을 기점으로 신입급 직원이 퇴사한 사례도 적지 않다. 1차 이전이 진행되던 2015~2019년까지 5년간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퇴직한 직원 중 입사 5년 차 미만 직원이 6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자리 잡은 집과 자녀의 교육, 주택 담보 대출 등 주거지에 대한 불안감, 문화적 혜택에서 멀어지는 등이 있다. 게다가 현재 주거지를 강제로 이동하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싶다. 이전을 한다고 해서 연봉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분들, 시설관리직분들과 같은 직무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 아니고 그냥 본인 대권을 위해 노동자들을 이용할 뿐이다.
이미 수도권 내에서도 같은 상황이 우려된다. 최근 경기도 공공기관 노동조합 총연맹이 도내 공공기관 내 근로들에게 강제 이전으로 인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기관이 이전되면 근로자의 70%가 퇴직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현재 기관 내부에 사람들은 분위기가 많이 혼란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경기주택도시공사의 경우 구리시로 이전함으로서 비교적 안정된 곳으로 되었다고 본다. 동부권이지만, 남부권과 아주 근접하기 때문이다.
걱정이 되는 부분은 신용보증재단을 비롯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같은 경우 광교에서 굉장히 중요한 자리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과원에서 관리하는 기업들과 건물들이 있을 것이고, 바이오센터도 마찬가지이다. 수원에 여전히 큰 지점은 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시설을 관리하는 시설 관리직분들은 이주가 정말 불가능에 가깝다. 건물을 아예 없애는게 아니니까 지점을 크게 두고, 건물 전체를 관리하는 인력으로서 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지사는 앞서 이전 지역 발표 전 토론회에서 "공공기관이 이전하더라도 해당 건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청소노동자 등 건물 관리 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구체적인 부분은 실무부서에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관이 옮겨가더라도 상당부분은 유지돼 해당 지역 주민들이 행정상 불편을 겪지 않을 것"이라며 "더 나은 방안 찾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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