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민영화 작업이 착수됐다.
HMM은 옛날 현대상선으로 시작된 현대 계열사였다. 하지만 2013년에 현대그룹에서 나와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고, 현재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각각 20.69%, 19.96%의 지분을 보유하며 1, 2대 주주로 있다.
즉, HMM은 산은의 자회사로 편입돼 정부 소유의 회사였다.
이후 정부가 HMM 매각을 결정하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수 후보군으로는 현대차그룹, CJ, LX, SM 등이 언급되고 있는데 지분 매각 거래액만 4조 원에 이를 정도라 빅 딜이 예상되는 상황
현재 매각절차 자문을 제공할 용역 기관을 선정 중인데, 가장 문제가 되는 상황은 영구채 처리 문제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약 2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영구채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인수 부담이 훨씬 커지기 때문
영구채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채권에 대한 이자만 계속 지급하는 걸 말하는데, HMM의 영구채는 발행 후 5년이 지나면 원금을 갚을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이 생긴다. 이때 원금을 갚지 않으면 이자가 올라간다. 현재 이자는 3%(스텝업 조항).
당장은 괜찮지만, 해운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
HMM의 영구채 이자는 3%라, 연간 이자만 804억 원이다. HM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조 9,455억 원이라 이자는 0.81%. 수치만 보면 전혀 문제 될 게 없지만 해운업이 악화되고 있어 조기상환을 하지 않고 영구채 이자가 높아질 경우 부담이 가중된다.
해운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이유는?
2021년과 2022년엔 코로나19로 해상운송 수요가 크게 늘었다. 수요가 늘어났는데, 공급망은 망가졌기 때문에 해상운임비가 크게 올라 역대급 실적을 올렸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수요가 없고 경기침체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해상운임이 하락해 이전에 비해 해운업계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 예측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블랭크 세일링(Blank Sailing)'
'블랭크 세일링(Blank Sailing)'은 화물선 임시결항을 뜻한다. 운송 수요 및 운임료 하락 시 운항 혹은 특정 항구 정박을 취소하는 것을 말한다. 비유하자면, 코로나19 때 이동수요 감소로 광역버스 운행 횟수가 줄어들거나 아예 결항되는 생각 하면 되겠다.
하지만 해운업계 전체가 힘든 것은 아니다.
HMM과 같은 큰 컨테이너 선사들은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러나 벌크선은 얘기가 다르다.
컨테이너선은 미리 예약된 상품을 포장하고 지정된 경로로 운항을 한하고, 벌크선은 수시로 여러 항구에 들려 바로 운반을 하며 운임료도 화주와 합의를 해서 진행한다.
벌크선으로는 주로 원자재를 운반하는데,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라 벌크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운임료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벌크선사는 '팬오션'이다.
다만, 물동량 확보를 위한 운임료 경쟁을 운임 인하 경쟁과 해운업이 워낙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상황이며 벌크선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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